3월의 햇살은 따뜻했지만 바람은 차가웠다.

  "아-아. 유럽 말고 호주 대륙에서 결혼하라고 할 걸. 거긴 이제 막 가을일 텐데."

  아무로는 잔디밭을 가로질러 천천히 교회를 향했다. 종전이 불과 두 달 전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날씨다. 물론 요즘도 바람 사이로 매캐한 화약 냄새가 묻어나곤 하지만 적어도 이곳 교회 부근만큼은 꽤 맑은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공기란 맑은 곳에서 더 썰렁하게 마련이라, 아무로는 찬바람에 감기 들지 않도록 새로 맞춘 지 얼마 안 되는 모직 군복의 깃을 단단히 세웠다.
  오늘은 브라이트 노아와 미라이 야시마의 결혼식 날이었다. 군복 같은 것을 입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달가운 일이 아니지만 제대하지 않았으니 할 수 없지 않은가. 브라이트도 아직 군인이고, 군인의 결혼식에 동료 군인이 가는 셈이니까.  매스컴들이 바글바글한 이런 때에 특이한 행동을 해서 가십거리를 추가로 제공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도 진작에 제대나 할 걸 하고 두어 번 혀를 차면서 아직 노랗게 시든 잔디밭을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는데, 맞은편 수풀 쪽에서 뭔가 부스럭대는 소리가 났다.

  "...응?"
  "짠!"

  나타난 것은 화이트베이스에서 함께 지냈던 세 꼬마 카츠, 레츠, 키카였다. 카츠와 레츠는 하얀 연미복을 차려 입고 있었고, 키카도 예쁜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어서 결혼식 분위기가 확 드러났다.

  "뭐야, 너희들이었어?"
  "헤헤...안녕, 아무로 형!"
  "오빠 옷 멋지다아-."

  셋은 웃으며 아무로에게 다가와 매달렸다.

  "옷이 예쁜 건 넌데, 키카."
  "응! 미라이 언니가 들러리를 서 달랬거든. 더럽히면 안 된대."

  설마. 너희들 셋이 한데 뭉쳐서 제발 들러리 서게 해 달라고 졸랐겠지.
  아무로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자신의 회색 군복에 겁도 없이 바싹 달라붙는 키카의 드레스를 조심스레 살폈다. 아니나다를까, 드레스 뒷부분에 흙먼지가 꽤나 묻어 있다. 아무로는 키카가 눈치챌세라 옷에 감탄하는 척 하며 흙을 살짝살짝 털어 주었다.
  그러나 어디서 어떻게 뒹굴었는지는 잘 몰라도 자국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아무로는 그저 키카가 식이 끝날 때까지 이 사실을 모르기만을 간절히 빌었다.

  "프라우랑 같이 왔니?"
  "응, 하야토 형이 차 몰고 와서 태워줬어. 형이 양복 입은 거 처음 봤다! 얼마나 웃긴데!"
  "...아아, 그랬구나."

  아무로는 무의식적으로 잠시 입을 다물었다 이내 키카의 등을 손으로 툭툭 쳤다.

  "이제 슬슬 들어가야지, 키카?"
  "네-"

  제일 형 뻘인 카츠가 키카를 앞세워 함께 교회 쪽으로 가는 아무로의 눈치를 슬쩍 살피다가, 잘 안 보이는 위치에서 레츠의 머리를 세게 쥐어박았다.

  "왜 때려!"
  "쉿! 이 바보야, 그런 걸 아무로 형한테 얘기하면 어떡해! 부탁할 것도 있는데!"

  카츠는 레츠에게 그렇게 속삭이고 이내 키카 쪽으로 질주해 와서는 뭔가 손짓으로 자꾸만 말을 걸었다. 아무로는 녀석들이 부산스럽게 왜 이러나 싶었지만 그냥 생각에 잠긴 척 했다. 이 사고뭉치 녀석들이 뭘 하건 알게 뭐냐. 사건 사고에는 공연히 끼어들지 말고 가만있는 게 상책.
  그러나 조용한 시간도 잠시, 이내 카츠의 사주를 받은 키카가 아무로의 소매를 주욱 잡아당기더니 돌아본 그를 향해 쭈뼛거리며 말했다.

  "오빠!"
  "왜?"

  부디 드레스에 흙 붙었나 봐달라고 하지만 말아다오.

  "하로 좀 찾아 줘."
  "응?"
  "그때 달에서 없어져 버렸어...."
  "아."

  아무로는 잠시 할말을 잃은 채 키카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답을 찾았다. 농담으로 넘기기에는 키카의 얼굴이 꽤나 진지했던 것이다.
  아무로가 애완용 로보트로 만들었던 하로는 화이트베이스의 구조선에 탈 때까지만 해도 아이들과 함께 있었는데, 달 기지에서 구조선을 수용하는 과정 중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사실 원래는 아무로의 소꿉친구인 프라우 보우의 것이었으나 함 안에서 같이 끌어안고 뒹굴던 것은 아무래도 놀기 바쁘던 세 꼬마인지라, 없어진 후 가장 아쉬워하는 사람도 이 녀석들이었다.

  "글쎄...하로는 달 어딘가에 있을 텐데...."
  "그러니까, 형이 달에 가서 찾아다 주면 되잖아."

  뒤에서 기회만 엿보고 있던 레츠도 잽싸게 끼여들었다.

  - 무슨 소리야. 달이 옆집 마당 정도로밖에 안 보이냐.

  아무로는 일단 한숨부터 푹 쉬고 보았다. 그들이 수용되었던 기지 부근만 뒤져도(뒤지게 해준다면 말이지만) 일주일은 꼬박 걸린 넓이. 게다가 하로가 그곳에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운이 좋다면 누가 주워서 갖고 있을 테고, 운이 나쁘면 어딘가의 쓰레기장에서 산산조각 난 채 월면의 쓰레기 하치장으로 향하고 있을 테지.
  그러나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아무로가 지금 우주로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연방에서 종전 이후 왜 하는지 이유를 모를 복잡한 신체검사를 마치고 모두에게 지구에 남을 것을 반강제적으로 종용했을 때, 동료 중 가장 먼저 북미 기지 내의 부대로 배속받는 전출서에 서명을 했던 사람이 아무로였기 때문이었다.
  브라이트는 버티다가 임의로 전역당하지 않게 하겠다는 조건을 걸고 나서야 결국 승낙했다. 나머지 동료들은 우주로 나가지 못하는 대신 아예 군복을 벗어 버렸다. 허나 그들 모두가 어차피 감시 하에 놓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아무로는 자신의 선택을 조금도 후회하고 있지 않았다. 나도 제대나 할 걸 하고 곧잘 중얼거리기는 하지만 사실 그것은 본심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아무로도 지금 당장 꼬마들의 진지한 눈동자를 좌절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고심하던 아무로는 결국 애매하게 말을 얼버무렸다.

  "응...일단 생각 좀 해 보자...나중에."
  "너무해애-."

  그러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키카의 눈에 눈물이 그득해지더니 곧바로 훌쩍이기 시작했다. 아무로는 당황한 나머지 키카의 어깨를 와락 감싸안고 말을 이었다.

  "키카, 울지 마! 그러니까...나중에가 아니라...식 끝나고 생각하자...응?"

  키카는 금새 눈물이 가득한 얼굴을 들고 미소를 지었다.

  "정말?"
  "그래 그래. 알았으니까 얼른 들어가."

  아무로는 아이들을 교회 안으로 밀어 넣어 버렸다. 부디 꼬마들이 얼른 하로를 잊고 새 장난감을 찾았으면, 하는 소원을 빌며.

                                                  *                                   *

  교회 안으로 들어가자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브라이트가 보였다. 아무로는 그 옆으로 다가가려다 브라이트 곁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듯한 기자들의 모습에 발길을 돌려 미라이가 있는 신부 방의 방문을 두드리고 안을 기웃거렸다.

  "저기, 실례되는 거 아닌지...."
  "어서 와, 아무로! 잘 왔어."

  꽃으로 온통 장식된 방안에는 마침 미라이 혼자였다. 미라이는 들고 있던 부케를 화장대 위에 얹고 아무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오래간만인걸? 새로 간 기지가 바쁜 줄 알았는데."
  "아니오, 기지보단 인터뷰 거절 쪽이 바쁘죠."
  "성격은 여전하네."

  미라이는 아무로의 삐딱한 표정을 보고도 생긋 웃을 뿐이었다.
  결혼하는 게 좋기는 한 모양이지. 아무로가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을 때 느닷없이 사진기자들 몇 명이 우르르 대기실 안으로 몰려왔다.

  "아, 아무로 레이 대위시군요! 미라이씨와 함께 포즈 잡아 주시겠습니까? 그대로요-예에, 좋습니다."
  "어머, 여기는 촬영 금지로 하지 않았나요!"
  "죄송합니다. 잠시만요-이제 나가겠습니다. 네, 네에."

  미라이의 목소리가 높게 올라갔다. 아마 취재 전에 미리 신부 대기실은 들어오지 않기로 합의한 모양이었으나, 원래 그런 합의가 기세등등한 기자들에게는 잘 먹히지 않는 것 또한 사실. 얼결에 사진을 찍힌 미라이는 아무로를 향해 미안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시끄럽지?"
  "아뇨. 오래간만에 사람들이 많은 걸 보는 것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요."

  그 말은 진심이었다. 연방에서 아무로를 새로 배속시켜 준 기지는 거의 폐쇄되다시피 한 곳으로, 지금 있는 늙은 군인 몇으로 이미 관리가 충분하던 곳이었다. 아직 나이가 어린 아무로로서는 감당하기 힘들만큼 조용했다. 물론 연방군이 이런 곳에 배속해 준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오지로 밀려난 기분이 좋을 수는 없었다.

  "그래...어쨌든 와 줘서 고마워."

  그녀는 이해한다는 듯한 웃음을 웃고 아무로에게 의자를 권했다.

  "오다가 꼬마들을 만났어요."
  "응, 들러리를 하겠다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었어."
  "들었습니다. 아주 흥분해 있던데요."
  "정말 들러리라기보다는, 그냥 복장만 갖추게 한 거야. 우주로 못 가게 된 걸 섭섭해하는 것 같아서 뭔가 해 주고 싶었거든. 물론 프라우와 하야토가 잘 보살피고 있기는 하지만...."

  미라이는 하던 말을 갑자기 멈추고 아무로의 표정을 살폈다. 아무로는 자신의 표정이 약간 굳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애써 얼굴을 폈다.
  바보같으니. 그 두 사람의 일과 나는 어차피 아무 상관도 없지 않아.

  "프라우 보우도 곧 성을 바꾸겠군요."
  "잘은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까. 저어, 아무로."
  "네?"

  설마 미라이씨도 하로를 찾아달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아무로는...이제 우주로 가지 않을 작정이야...?"
  "......"

  아무로는 갑작스러운 미라이의 질문에 말이 막히고 말았다.
  다시 우주로?
  그런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우주에 올라가서 예전처럼 어딘가의 콜로니에 정착해 살아간다?
  그런 상상은 이제 그의 능력 밖의 일이 된 지 오래였다.
  할 일 없는 기지에서 무료한 일상에 허덕이면서도 아무로는 도무지 자신에게 다른 선택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할 수가 없었다. 종전 이후 그는 한 순간도 미래에 관심을 돌릴 수 없었던 것이다.
  라라아의 죽음은 움직일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영원한 현실이었다. 매일 밤 그녀가 죽던 순간을 마치 그 순간인 것마냥 생생하게 보다가 땀과 눈물이 흥건한 침대에서 깨어나게 되고부터 그는 해야 할 일만을 하는 기계 같은 삶을 선택했다. 선택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설사 과거에 발목 잡혀 사는 한심한 인생이라고 불려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아무로는 미라이가 그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는 것에 문득 화가 치밀었다.
  도대체 왜, 모두들 내게 그런 걸 기대하는 거야! 내가 뭘 어쨌다고!

  "난, 아무로만큼은 우주로 돌아갔으면 했는데...."
  "미라이씨. 브라이트씨를 사랑하십니까?"

  방어본능일까. 결코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있던 질문이 불쑥 튀어나왔다.

  "...?"

  미라이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던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잠시 동안 침묵한 다음 진지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아무로, 난 브라이트를 사랑해. 그 누구보다도."
  "...."

  이번에는 아무로의 마음이 흔들렸다. 아무로는 자신을 바라보는 미라이의 모습과 겹쳐 그녀의 첫사랑이었던 슬레이커 중위가 죽었을 때의 그녀 모습을 떠올렸다.
  거짓말이라고 말해-하며 눈물을 뿌리던 그녀의 눈이 이 자리에서 보고 있는 눈만큼이나 생생한데.
  어째서 어떤 마음은 기억보다도 빨리 변해가는가.
  어째서 어떤 기억은 시간을 넘어 모든 마음을 사로잡는가.

  "전...미라이씨가 슬레이커 중위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사랑했어."

  미라이의 얼굴에 잠깐 슬픈 빛이 떠돌다가 사라졌다. 그러나 아무로가 생각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그런데도...함장님을 다시 사랑하실 수 있었습니까?"

  아무로의 목소리가 쥐어짜듯 목에서 걸려 나왔다. 미라이는 조용히 오른손을 뻗어 꼭 쥔 그의 주먹 위에 얹었다. 모성(母性)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손.

  "아직 그런 일을 이해할 수 없겠지...아무로는."
  "...제게도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이것은 질문이 아니라 차라리 호소에 가까웠다.

  "가능할 거야, 아무로. 어쩌면 나와는 좀 다른 방식일 지도 모르지만."
  "다른 방식...어째섭니까?"

  아무로는 자신의 얼굴이 묘하게 뒤틀리는 것을 느끼며 물었다. 누가 봐도 비웃는 얼굴일 테지만, 남과 다르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면 언제나 그렇게 되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뉴타입이라서요?"
  "그런 게 아냐, 아무로."

  미라이의 손에 힘이 약간 더해졌다.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은 다른 거니까...."

  아무로는 미라이에게 손을 잡힌 채 그녀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조금씩 가라앉은 마음과 함께, 그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브라이트는 정말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                                   *

  식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식이 시작되기 직전 드레스에 난 흙자국을 보고 발작을 일으킬 뻔 했던 키카는 막상 식이 시작되자 제법 근사하게 들러리 역을 해냈고, 노아 가와 야시마 가에서 그렇게 막으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생중계까지 해간 기자들도 그 이상의 말썽은 일으키지 않았다.
  기자들이 슬슬 귀찮아진 아무로는 먼저 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하다 브라이트와 미라이에게 실례가 될 것 같아 웨딩 케익을 자를 때까지 기다렸다. 케익을 받은 뒤 조금씩 뒤로 물러나와 눈에 안 띄도록 나무 덤불 사이에 자리를 잡을 생각이었다. 발을 슬그머니 움직이며 뒤를 돌아보니 멀찌감치 한데 모여 있는 동료들 가운데에서 브라이트와 미라이가 보였다. 행복하게 웃고 있는 둘은 누가 보아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행복해 보여.'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긴 시간을 지나면서, 때로 인간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한다.
  꼬마들이 새 장난감에 마음을 빼앗기듯 새로운 이로 마음을 채울 수도 있다.
  이해하고 인정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정작 아무로 자신은 다시 시작할 용기를 낼 수 없을 듯 했다. 그는 멀리서 동료들을 바라보다가 불현듯 미라이의 하얀 드레스에서 라라아를 처음 만났을 때 보았던 백조를 떠올리고는 그 기억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다.
  그런 아무로를 카츠, 레츠, 키카가 반대 편 수풀에 숨어서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셋은 아무로를 한참 동안이나 쳐다보다가, 아무로가 자신들을 눈치채지 못하자 수풀 뒤로 모여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레츠였다.

  "하로를 못 찾아 줄 거 같으니까 우릴 피하는 거야."
  "새로 만들어 달라면 되지 않을까?"
  "하로는 프라우 언니한테 주려고 만든 건데, 이젠 프라우 언니랑 그렇게 안 친하잖아. 지금은 하로를 만드는 거 싫어할 거야."

  그 순간만큼은 카츠와 레츠도 키카의 여자아이다운 감성을 납득하고 있었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카츠가 말을 꺼냈을 때, 수풀 사이로 아무로를 계속 살피던 레츠가 다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봐, 아무로 형이 지금 프라우 누나 보고 있어."

  그 말에 나머지 둘은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고, 이윽고 키카가 그 침묵을 깼다.

  "아냐, 프라우 언니 보는 거 아냐."
  "그래, 내가 잘못 봤나봐. 눈이 멍해."
  "아무로 형 지금 다른 여잘 보고 있는 거야. 하로는 안되겠어."

  판사같은 카츠의 말투에 나머지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2009/02/10 15:32 2009/02/10 1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