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를 땄다고 해서 바로 레이서가 될 수는 없다. 어설픈 솜씨로 도로에 차를 몰고 나가 십 년 경력의 운전자처럼 여유작작하게 다른 차들과 어깨를 견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의자를 당겨 운전석에 딱 붙이고 다른 차들의 움직임을 날카로운 눈으로 주시하며 조금만 가까이 붙으면 지레 겁을 먹고 경적부터 울려대기 일쑤인 그대여, 그 이름은 초보일지니. 얼굴은 집중하느라 벌겋게 상기되어도 차는 차선 한쪽으로 쏠리거나 두 차선을 잡아먹기 일쑤이다. 오죽하면 안하무인의 무책임 정책을 일삼는 정부에서도 면허를 딴 이후에 6개월 동안 초보운전 딱지를 달고 다니게 했을까. 면허란 '나는 이것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라는 뜻의 증명서일 뿐, '나는 이걸 끌고 언제나 어디든지 갈 수 있습니다'라는 뜻은 아닌 것이다. 암. 그렇고 말고.

  "시간이 좀...걸리겠죠?"
  "그렇겠지."

  반쯤은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린 카미유의 말에 아스토나지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의 비상 훈련은 기초 레벨. 캐터필트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를 대비해 모빌 슈츠 덱에서 자동 시스템 없이 전 기체가 바로 발진하고 착지하는 상황훈련의 반복이었다. 순서만 잘 지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별도의 기동 훈련이 따라붙는 것도 아니라서 카미유는 웬일로 오늘은 파일럿들을 놀려주는가 싶어 쾌재를 부르며 훈련에 참가했던 것이다. 그러나 훈련이 시작된지 수분만에 카미유는 왜 크와트로 대위가 이런 기본 훈련 과정을 오늘의 과제로 삼았는지 깨달았다.

  "그러니까 파일럿 따위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카미유는 냄새 가득한 헬멧을 벗어버리고 땀에 절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같이 훈련을 마친 레코아 소위는 샤워를 하러 이미 사라진지 오래. 그도 사실은 씻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함내 유일의 동갑내기이자 소꿉친구인 화 유이리이가 아직도 밖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지라 돌아왔을 때 위로 한 마디라도 건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는 일부러 콕핏 안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화가 그렇게 못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제타 건담을 실은 수송기로 전장에 냉큼 뛰어든 용기를 보면 겁이 많다고 하기도 뭐했다. 소규모 전투였다고는 하지만 위기극복의 정신과 끓는 피로 일촉즉발의 상황에 몸을 내던지는 것은 만화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 정도의 용기가 조종 솜씨로 발휘되었다면 더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출발할 때 평형이 맞지 않아 아폴리 중위의 릭 디아스와 부딪칠 뻔 한다던가, 착지할 때 속도조절 실패로 함 전체에 진동이 올 정도로 충돌한다던가 하는 정도는 애교에 불과했다. 심지어 멀쩡히 직진 비행을 하다 말고 제풀에 소스라쳐서 기우뚱거리면 같이 비행하던 사람은 어이하라는 말인가.
  파일럿 면허 합격한 것 맞나? 혹 파일럿이 부족한 에우고에서 돈으로?

  "...설마."

  불길한 망상은 접자. 머리를 휘적거리던 카미유는 마침 옆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음료수 컵을 집어 주욱 빨며 모빌 슈츠 출납고를 노려보았다. 말 한마디 해주려고 기다린 지도 슬슬 30분이 넘었다. 같은 조였으면 알량한 친구의 의리를 생각하기 전에 신경질을 내버렸을 지도 모른다. 카미유는 은근히 자신을 화와 같은 조로 배정하지 않은 크와트로 대위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그때 계기판을 점검하며 그가 음료수를 마시던 것을 보고 있던 아스토나지가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야, 카미유! 그거 내가 먹던 건데!"
  "에? 아. 얼마 안 먹었다구요. 자요."
  "그게 아니잖아, 임마!"
  "내참, 얼마 안 먹었다니까! 정 싫으면 내 거 마셔요. 됐습니까?"

  카미유는 짜증을 확 낸 뒤 내밀던 음료수 컵을 신경질적으로 도로 끌어당겨 죽죽 빨기 시작했다. 장난 삼아 '지저분한 놈!', 혹은 '이것이 소문으로만 듣던 간접 키스!' 등등의 공격 문구를 준비하고 있던 아스토나지는 그 표정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저 멀뚱한 얼굴에 대고 더 뭐라 하리요. 아스토나지는 어깨를 늘어뜨리며 한숨을 한번 푹 쉬고는 다시 말을 건넸다.

  "...너 요새 귀여운 맛이 많이 줄어든 거 아냐?"
  "그래요?"
  "그래. 되게 깔끔하고 쪼잔하던 녀석이었는데. 요즘은 대범해졌다고 할까? 아니다, 좀 멍청해진 것 같아."
  "아스토나지 씨!"
  "이럴 때 보면 그대로인데 말야."

  아스토나지가 히죽거리며 다시 계기판 쪽으로 몸을 돌렸을 때 부저가 울리며 아폴리 중위의 릭 디아스가 덱 안으로 들어왔다.

  "드디어 끝난 모양인데."
  "그렇군요. 씻으러 가겠습니다."
  "수고했어."

  카미유는 아스토나지의 인사를 뒤로하고 천천히 콕핏에서 덱 바닥으로 내려왔다. 릭 디아스 뒤를 따라 크레인으로 끌어올려지는 메타스를 흘끗 보니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생각보다 많이 부딪쳤나."

  그나마 심한 상처나 부품이 떨어진 곳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여기저기 긁히거나 칠이 벗겨진 곳이 눈에 띄었다. 옆에 있는 아폴리 중위의 멀끔한 릭 디아스와는 천지 차이였다. 아가마의 장갑에도 비슷한 상처들이 남아있을 터다. 메카닉 요원들은 불평을 늘어놓겠지. 출발하고 착지하는 동안 화가 저지른 실수가 눈에 선했다.
  왔노라, 보았노라, 부딪쳤노라...흠흠.;;

  "야아, 카미유. 화를 기다리고 있었나?"
  "아, 아닙니다. 그냥...제타의 밸런스 조정 때문에."

  콕핏에서 막 빠져나오던 아폴리 중위는 카미유와 엇갈려 덱 안쪽으로 들어가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리고 지나갔다. 카미유는 대충 얼버무리고는 메카닉 요원인 안나의 도움을 받아 콕핏 밖으로 기어나오다시피 하고 있는 화를 향했다. 바이저를 채 열지도 못하고 숨을 몰아쉬고 있는 화의 표정은 얼핏 보기에도 구겨진 자존심과 긴장으로 인해 엉망으로 구겨져 있었다.
  불쌍한지고.
  카미유는 목을 두어 번 가다듬으며 머리 속에서 다듬고 굴리던 말을 입안으로 한 번 더 웅얼거려 보았다.
  힘들었지, 화? 고생했어. 금방 익숙해질 거야.
  단 세 마디를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삼십 분이었다. 그리고 삼십 분간의 심각한 머리 회전에 지친 나머지 그는 이제 그만 할 말 해주고 가서 씻은 뒤 쉬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화를 향해 다가가면서 바로 입 밖으로 말을 꺼냈다.
  아니, 꺼내려고 했다.

  "힘들..."
  "다가오지 마, 카미유!"

  그러나 말을 마무리지으며 멈추기도 전에 날카로운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화는 다가오는 카미유를 높은 목소리로 제지하더니 어디서 그런 기운이 갑자기 솟았던지 홱 하고 카미유의 반대 방향으로 솟아 눈 깜짝할 사이에 조그마한 점이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화!"
  "가까이 오지 말라니까!"

  오호 통재라. 삼십 분간의 공덕도 말짱 도루묵이 되었구나.

  "...? 우악!"

  카미유는 닭 쫓던 개 마냥 화가 사라진 방향을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다가, 지저분해진 메타스의 장갑과 퍽 하고 세게 부딪치고 말았다. 비록 노말 슈츠를 입고 있어서 몸에 상처가 나지는 않았다지만 짜증을 치솟게 하는 데에는 지나칠 정도로 충분했다.

                                                  *                                   *

  이른 식사시간에는 식당에 그리 사람이 많지 않게 마련이다. 자리도 비어 있는 곳이 많아 넉넉하고, 오늘의 특별 요리가 동난다거나 하는 일도 없다. 자연히 음식을 퍼담는 손이 커지고 자기 양보다 많이 담게 되는 경우도 흔해진다. 하지만....

  "어이, 웬 음식을 그렇게 많이 퍼담는 거야? 한 끼 걸렀어?"
  "다 먹을 거니까 말리지 말아요."
  "뭐, 성장기니까 별 문제는 없겠지만...."

  카미유는 난폭하게 식판을 들어서 아무도 없는 구석 테이블로 소리도 요란하게 뚜벅뚜벅 걸었다. 식판에 얹힌 양을 보면 도저히 그의 평소 양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음식이 그득하게 담겨 있어서, 자칫하면 거구의 헨켄 같은 대식가라고 오해받기 딱 좋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카미유는 주변의 이상한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자리에 앉자마자 포크를 들어 눈앞에 쌓인 음식이 마치 적의 모빌 슈츠라도 되는 양 착실하게 처치하기 시작했다. 맛을 음미한다던가 식사를 즐긴다던가 하는 태도와는 아예 거리가 멀었다. 음식을 찍고, 들고, 입안에 넣은 뒤, 씹어 삼키세요! 목이 막힐 때 가끔 음료수를 찾는 것 이외에는 그는 말 한마디 없이 앉아서 그만의 묵묵한 식사 의식을 거행했다. 뒤따라 앉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는 거 아니냐고 힐끔거리며 소근대는 소리가 이는 것도 못 들은 척했다.
  원래 그는 식당에 일찍 가서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게다가 훈련이 끝나고 지쳐 있는 상태라면 두말할 나위 없이 씻고 자다가 식사 배급이 거의 끝날 무렵에 느지막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예 기본이었다. 지각대장의 별명은 괜히 생기는 것이 아니다. 식사를 건너뛰고 간식을 먹거나, 다음 끼니 때 칼로리를 보충하게 되는 일도 드물다고 말하면 변명이 될 정도였다. 카미유는 흘끔거리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가는 것을 의식하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젠장. 누구는 이러고 싶어서 이러나."

  그러나 깔끔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와서 우주에서 제일 편한 옷을 입고 침대에 뻗었는데도 잠이 오기는커녕 신경질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면? 아무리 지각대장에 은하계를 통치하는 게으르니즘의 황제라도 방에 계속 처박혀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가만히 있으면 있을수록 짜증이 기하급수적으로 그 강도를 더해가니까. 결국 그는 침대에서 일갈을 터뜨리며 벌떡 일어나 식당으로 달려와 버린 것이었다.
  이게 다, 그 녀석 때문이야.
  포크의 진행이 문득 멈추었다가, 잠시 후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아도 자신이 화에게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 훈련받을 때도 다른 조였고, 반 시간을 기다렸건만 결국은 말도 제대로 건네지 못했지 않은가 말이다. 화가 제대로 안 움직여주는 자신의 손발을 탓하며 짜증을 내고 있는 거라면 그것은 또 그대로 좋았다. 그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짜증을 애써 위로해주려는 사람을 향해 확 풀어버리는 건, 당하는 입장에서 정말 성질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뭘 어쨌다고!
  긁힌 상처든 도장에 생긴 얼룩이든 따져보면 그저 페달 한 번 잘못 밟았거나 시간에 맞추어 버튼 한 번을 못 누른 정도일 뿐인 것이다. 그는 격려해줄 생각이었지 조금도 화를 탓할 생각 같은 것은 없었다. 누구나 처음에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처음이라는 얘기를 함부로 해서 그녀의 당당한 자존심을 건드리고 싶지도 않았다. 뭐라고 말해줄 지를 가지고 몇십 분이나 고민하게 만들어 놓고는 말도 붙이기 전에 골을 내며 휙 도망가 버리다니.
  그는 난폭하게 스파게티 속의 미트볼을 콱 하고 찍었다.
  이게 다 그 멍청한 녀석 때문이야. 머저리같이 모빌 슈츠와 충돌해 버린 것도, 시끌벅적한 식당에 와서 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도, 등뒤에서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것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성질이 나 있는데도 발산할 곳이 없는 것도, 잘 끝낸 훈련 뒤끝이 이렇게 안 좋은 것도, 스페이스노이드들이 얼빵하게 당하며 사는 것도, 티탄즈 같은 놈들이 이리저리 설치고 다니는 것도, 세계 평화가 요원한 것도 전부, 모두, 몽땅, 다 묶어서 화 유이리이란 바보 같은 녀석 때문이라고!
  흥분한 나머지 마음속으로 얼토당토않은 책임전가를 해 버린 다음, 카미유는 미트볼을 입안에 가득 넣고 우적우적 씹었다. 축 처지도록 데친 얼갈이 배추와 쑥갓을 묽은 된장 소스로 버무린 아시안 샐러드는 평소라면 즐겨먹는 메뉴가 아니었으나 지금은 스파게티보다도 높게 식판 오른쪽에 그득히 쌓여 있는 상태였다. 그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많은 샐러드를 집게 만든 데 대해서 화에게 한번 더 욕설을 퍼부은 뒤 그쪽으로 포크를 뻗었다.

  "카미유! 이게 다 뭐야? 너 아침 먹었잖아!"

  어럽쇼.
  아까 전만 해도 다가가는 것조차 싫다며 팩 돌아서 버린 녀석이었다. 성의를 갖고 대해주는 것 자체를 거부한 전력에 미루어 짐작컨대 그녀는 지금 그를 상대조차 하기 싫어해야 맞았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는 얼굴은 아까의 그 일이 아예 없었기라도 한 듯한 태도였다.

  "뭐야."
  "뭐라니? 모처럼 일찍 나왔으니까 같이 먹자."

  화는 거리낌없는 태도로 그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카미유는 미심쩍은 얼굴로 화의 표정을 살폈지만, 그녀는 그런 그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명랑한 얼굴로 빵을 쪼갰다.
  드디어 얘가 철이 나서 개과천선이라도 한 건가.

  "뭘 봐?"
  "...아냐."
  "아시안 샐러드는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이렇게 많아? 아직 손도 안 댔네. 이거 내가 먹어도 되지?"
  "응? ...그러던가."
  "덜어 먹을 테니 걱정 마. 배급이 마침 떨어져서, 나는 못 받았거든."

  가벼운 윙크와 함께 샐쭉하니 혀를 내미는 표정은 도저히 기분이 나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카미유는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솜씨 좋게 샐러드를 덜어 자기 식판으로 가져가는 화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골치가 지끈거리도록 고민하고 있었던 시간이 엄청 허무하게 느껴졌다.
  어째서 상황이 이렇게 뒤죽박죽이란 말이더냐. 누가 이 상황을 좀 설명해 다오!

  "...화."
  "응?"
  "아까 MS덱에서 부를 때, 왜 그냥 간 거야?"
  "아까? 언제? ...아아, 그때?"

  화는 정말로 잊고 있었던 듯, 잠시 생각하다 말고 심드렁한 얼굴로 대꾸했다.

  "당연하잖아."
  "당연하다고?"

  발끈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을 의식해, 카미유는 억지로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래. 노말 슈츠를 너무 오래 입고 있어서 냄새도 나고, 너무 지저분했는걸."
  "...에?"
  "너도 그래. 그럴 때는 할 얘기가 있어도 좀 기다리면 될 텐데, 오래 말할 수도 없잖니!"

  카미유는 머리 속이 텅 비는 것을 느끼면서, 무심결에 남아있는 샐러드의 파편을 찍어 입안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그게 뭐야. 자기가 할 말이 있을 때는 지저분하든 냄새가 나든 상관하지도 않고 멋대로 다가오면서. 문을 걸어 놓지 않으면 방문도 벌컥벌컥 열고 들어오는 주제에 자기가 좀 더러워졌다고 그냥 도망을 가? 말이 되나?
  그러나 카미유는 입 밖으로 차마 말을 더 꺼내지 못했다. 왠지...그런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어쩐지 화가 자신과 다른 기준을 갖고 있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헛것을 본 걸까. 묘한 헛기침을 하는 화의 얼굴이 살풋하게 붉어 보인 듯도 했다.

  - 남자인 네게 냄새 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여자인 내가 지저분해 보이는 것이 싫어서.

  화가 아시안 샐러드와 함께 삼켜버린 그 말이, 카미유의 마음에 와 닿을 리는 만무했다.

  "...카미유."
  "에?"
  "포크 그만 씹고 남은 밥 먹어."
  "아? ...아아."

  세상에 태어난지도 어언 열 일곱 해.
  그러나 남자가 되어 가는 소년은 여자가 되어 가는 소녀의 속도를 아직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

2009/02/10 15:47 2009/02/10 1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