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느닷없이 하야토가 아무로에게 물었다.

  "여자들은 키 큰 남자를 좋아하냐?"
  "뭐, 잘은 모르겠지만...아마 그럴 걸."
  "뭔가 불공평한 것 같아."
  "뭐가?"
  "날 봐. 매일매일 유도 도장에도 성실하게 나가고, 운동하니까 몸 좋고, 성격도 터프하고, 얼굴도 이만하면 꿀리지 않잖아. 그런데 여자한테 인기가 없는 건, 키가 작아서겠지?"

  저 놈이, 운동이랍시고 갔다가 씻지도 않고 땀에 절은 몸으로 남의 방에서 뒹굴거리는 주제에!
  정말로 그게 남자답고 터프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단 말이더냐...아무로는 속으로 통곡을 했다.

  "뭐, 그렇...겠지."
  "역시. 슬슬 키가 크는 다른 운동으로 바꿔 볼까봐. 유도는 키 크는 데 보탬이 안 된다더라고."
  "그래?"
  "응. 이 상태에서 키만 한 10센티 정도 크면 괜찮을 것 같지 않냐?"

  이 녀석, 진심으로 말하는 거야!
  황당했지만 그닥 대꾸할 맛이 안 나서 아무로는 마냥 고개를 주억거렸다.

  "뭐, 아직 성장기잖아. 걱정할 거 없어."
  "그래도 맨날 메다꽂히기나 하는 건 별로 같아. 헬스장이라도 나가 볼까."
  "그럼 농구나 축구를 해봐. 듣자하니 요즘에는 테니스를 해도 왕자가 될 수 있다던데."
  "그럴까. 솔직히 나도 너만큼만 컸으면 좋겠는데 말야."

  아항.
  당신의 경쟁 상대란 바로 저였단 말입니까?
  아무로는 속으로 자못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내가 그래도 키가 작지는 않지. 거기다 얼굴...뭐 자신감이 철철 넘쳐흐를 만한 얼굴은 아니지만, 적어도 하야토보다야.
  네가 철이 들더니 드디어 이 형님의 위대함을 깨닫게 되었구나. 하하.

  "하긴 내가 키가 좀 되지."
  "그러게나 말야. 키가 문제야."

  하야토는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었다.

  "어째서 프라우가 너처럼 집안에만 틀어박혀 폐인처럼 사는 녀석을 상대해 주는지 생각해 봤는데, 답이 역시 그것밖에 안 나오더라고."
  "...뭐.시.라?"

  빠직.

  "너, 집에 가서 얼른 몸부터 씻어라."
  "뭐야-신작 게임 빌려준다고 그랬잖아."
  "당장 꺼졋!"

  아무로가 뜯어보고 있던 신형 콘솔에 냅다 얻어맞고서야 하야토는 아무로의 방을 떠났다 한다.


2009/02/10 15:49 2009/02/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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